여우공장




성북천을 따라 산책을 하던중 우연히 길냥이를 보았다.
길냥이는 몸을 잔뜩 움츠리고 무언가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나는 예전에 친구가 성북천에서 고양이가 비둘기를
사냥하는 장면을 본적이 있다는걸 들어서 혹시 나도 그 장면을 볼수 있을까?? 하고 기대했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자세히 보니 이녀석은 굉장히 말라있었는데 부조화스럽게도 배는 불룩했다.
배가 불룩하다는건 임신을 했거나 병이 있다는거다.
그래서 이녀석은 반대편에 있는 비둘기나 참새를 사냥할수 없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이녀석은 반대편에 있는 참새와 비둘기에게 시선을 떼지못했다.
그리고 행인들이 바로 옆을 지나다니는데도 도망가지 않는게 참 신기했다.
아마도 도망갈 힘이 없거나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던것 같았다.





내가 사진을 찍으며 계속 쳐다보고있자 이녀석은 나를 보고 "냐옹~"하고 말을했다.
"이보게 자네, 먹을것이 있다면 나에게 좀 나눠주지 않겠나?"라고 하는것 같았다.
그리고 한걸음 한걸음 나에게 다가왔다.

사진찍으러 다닐때면 언제나 소시지 한개를 챙겨다녔는데 하필 이날은 아무것도 없었다.
길냥이 먹이를 챙기는날에는 길냥이를 못만나고 아무것도 안챙긴 날에는 꼭 길냥이를 만난다.
이게 도대체 무슨 법칙일까??

뭐 어쨌든 다행히도 바로 옆에 편의점이 있었고 나는 소시지 한개를 사왔다.
편의점에 가는동안 요녀석이 사라질까봐 걱정했는데 내마음을 알았는지
이녀석은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닥터피쉬가 부른 "난 지금 여기에 있는데 뭘그리 서두르나 이사람아"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소시지도 좋아하는 냥이가 있고 싫어하는 냥이가 있다길래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요녀석은
냄새를 조금 맡아보더니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그 모습이 너무 슬펐다.
고양이에게는 조금 짜고 별로 맛도 없을 소시지를 살아보겠다고 먹고 있는걸 보니 참치캔을 사올껄 그랬나 싶기도 하고
데려가서 키울수 없는 현실이 너무 슬펐다.

먹고 있을때 사진찍으면 방해될까봐 조용히 소시지를 먹기좋게 떼어주고 있는데
지나가던 어떤 아저씨가 멈춰서더니 아주 큰 소리로 자기 손녀를 부르기 시작했다.

"미미야(가명)~ 여기 고양이 있다. 와서 봐봐. 고양이 맘마먹네~~~~~~~~~!!!!!!!!!!!!!!!!!"

배려심이라고는 코딱지만큼도 없는 아저씨는 두세번 더 큰소리로 손녀를 불러댔고
냐옹이는 아저씨를 몇번 힐끗 쳐다보더니 다른곳으로 가버렸다.ㅠㅠ

만약 아저씨가 아니라 젊은 사람이었다면
"너 밥먹고 있을때 누가 구경났다고 소리치면 기분좋냐??"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아부지뻘 되는 어르신이라서 그냥 참았다.


나도 작년까지만 해도 고양이보다 개를 더 좋아했고 길냥이들은 쓰레기봉투나 찢는
나쁜것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인간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너무나 불쌍하고 가여운 동물이라는 생각이든다.
그리고 큰 도움을 줄수 없는게 참 슬프다.





먹을것좀 얻으러 왔다가 타이밍 나쁘게 내가 대문을 열어서 그냥 가는 길냥이의 쓸쓸한 뒷모습.






담벼락 사이에서 새끼 밥주고 있던 너무나 깔끔하고 이쁜 길냥이